미국 서부 국립 공원 Hiking
September, 2010
남편이 반 은퇴하기로 작정한 때부터 시간에 제약받지 말고 또 다른 사람의 걸음 속도에 눈치보지 말고 자유롭게 우리 둘이서 서부의 국립공원으로 놀러 가자고 제안을 하더니 내가
미쳐 응답하기도 전에 코스를 정하고 공원 속의 숙소예약을 하는등 구체적인 계획에 나섰다.
원래 나는 하이킹이라는 건 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자신도 없었고 또 내가 상상하는 서부 활극속의 황무지같은 사막지대를 삼주일씩이나 다닌다는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 요리 조리 핑게를
대며 피해 보려고 했으나 사십 여년을 천직으로 매여 온 직장에서 반 해방됨을 자축할 겸
흥분하여 계획을 추진하는 바람에 더 고집할 수 없어서 따라 나섰다.
흥분하여 계획을 추진하는 바람에 더 고집할 수 없어서 따라 나섰다.
우선 9월 12일에 캘리포니아에 가서 필요한 물품을 렌트 카에 싣고 떠났다.
코스는 Las Vegas-Hoover Dam, Nevada-Zion National Park, Utah-Glen Canyon National Park, Lake Powell, Arizona-Antelope Slot Canyon, Page, Arizona -Grand Canyon North Rim, Arizona-Bryce Canyon, Utah-Escalante Grand Staircase Monument, Utah-Capital Reef National Park, Utah-Arch National Park, Moab, Utah-Las Vegas 경유- 9월 30일에 California 도착이였고 10월 2일에 비행기편으로 오하이오로 귀가한 장 시간, 장거리 여행이였다.
그런데, 애초에는 시큰둥하니 따라 나섰던 나도 남편이 계획한 대로 열심히 쫒아 다녔을 뿐만 아니라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코스를 수행해 냈다. 남들은 다섯시간 걸린다고도 하고 고도 공포증이 있으면 갈 수 없다는 Zion National Park의 무시 무시한 Angel's Landing은 마지막 일마일 가량은 바위 길 폭이 겨우 일 미터 정도인데다가 양쪽이 절벽 낭떨어지인 험한 코스라서 우리 아이들이 엄마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아빠에게 경고했는데 무려 일곱시간 반 걸려서
끝까지 올라 갔다 내려 왔으니 대견스럽지 아니한가! 가히 이번 여행의 highlight였다.
가는 곳 마다 기암 절벽들이 웅장하게 버티고 서서 우리를 내려다 보는 기이한 바위 산들,
곳곳에 우뚝 서 있는 형형 각색의 석상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사막의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현혹시켰고 기암사이로 하늘빛이 그리도 푸르고 맑음을 올려다 보는 기쁨 또한
어디에 비하랴!
자연속에서 겸허해 지고 순수해 질 수 있음을 새삼 절감하며 하루 평균 사, 오 마일을 남편이랑 연인처럼 함께 쉬며 놀며 걸으며 산을 오르 내리는 귀한 시간은 기대하지 않았던 소중한 수확이였다.
마지막 코스인 Arch National Park, Moab, Utah에는 캠핑을 즐기는 동생 내외가 Sonoma Valley, California에서 장장 900 마일을 운전하여 합세하니 칠십을 바라 보는 오누이 내외가 천만리 떨어 진 이국 하늘아래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머리에 이고 무수히 뿌려 진 보석같은 별을 세며 Camp Fire 앞에서 포도주 잔을 맞대던 추억은 금상 첨화의 고마운 축복이다.
Bryce National Park, Utah
어느 예술가가 이렇게 거대하고 오묘한 형상을 빚을 수 있을가! 형용하기 어려운 천태 만상의 바위를 내려다 보면 마치 수많은 관중들이빼꼭하게 모여 있는 듯 해서일가, 이름하여 Amphitheater라고 하는데 드넓은 바위 광장으로 내려가면 오솔길이 있고 실 강이 흐르고 바위 틈으로 뿌리 내리는 작은 숲도 있다.
Sunrise Point 에서 하강하여 여왕님이 마치 시녀들을 거느리고 있는 듯한 Queens Garden을 거닐어 계곡으로 내려 와서 작은 초원을 연상하는 Navajoh Trail을 지나고 세월을 지나며 바람과 비와 눈에 깎이고 깎이면서 형성된 Hoodoo 바위들의 사열을 받으며, 또는 로마의 Forum을 연상시키는 돌기둥 광장을 지나고 자연이 빚어 놓은 Arch들 아래를 숨바꼭질 하듯 지나며 신비로운 바위 모양들에 현혹된다.
흡사 Disney Land에 들어 선 듯, 상상의 날개를 달고 온갖 형상들에게 이야기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붙여 가며 걷노라면 어느듯 좁고 가파르게 Zig Zag 으로 돌며 오르는 Wall Street Trail을 만나는데 숨가쁘게 오르다 보면 Sunset Point에 도달한다. 올라 와서 내려다 보는 Wall Street Trail은 마치 Giant Ice Cream Cone 모양의 벽을 spiral식 계단으로 오르는 신비로운 돌산 골짜기이다. 도합 4, 5 마일 Trail을 걸었다.
또한 아기 자기하고 기이한 바위들의 형상 군들이 나열된 모습을 내려다 보며 Rim Trail을 따라 2마일 가량 걸어 가장 높은 지점인 Bryce Point(8,300f)에 도달하면 멀리 Arizona 주의 Grand Canyon North Rim까지 시야에 들어 온다.
다시 걷고 싶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Enchanting Trail들이다.
청명하고 햇살이 따스한 9월의 유타주 아침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Bryce Canyon National Park에는 Zion National Park에서처럼 Park 안의 교통량을 규제하기 위하여 Park 경내에 무료로 환상 버스 써비스를 제공한다.
Lodge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California 어느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한 후 Volunteer로 Astronomy 를 가르친다는 분을 만났는데 Bryce Canyon의 밤하늘이 어느곳 보다 깜깜해서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며 밤 별을 보러 나오라고 이야기 하신다.
하루쯤 이곳에 더 유숙하며 한가롭게 밤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가!
맑은 아침 햇살을 따뜻이 받으며 Rim Trail을 따라 가장 높은 곳인 Bryce Point(8,300f)에 올라 아래에 펼쳐 진 Amphitheatre를 Bird Eye View로 다시 관조하고 계속 Inspiration Point까지 갔다가 다음 목적지인 Escalante's Grand Staircase Monument를 향하여 High way #12에 들어 섰다.
계획에는 가는 도중에 Kodachrome color film을 처음 시도했다는 Kodachrome Basin National Park에 들릴 예정이였으나 어느틈에 입구를 지나치고 말았다. 갈 길이 워낙 먼 터라 되돌아 가기를 포기하고 계속 Escalante로 향했다.
Escalante's Grand Staircase Monument는 우주선에서 내려다 보면 지형이 마치 거인이 딛고 가는 층계같다고 해서 Grand Staircase- Escalante Monument라고 이름한다.
사방으로 웅장한 Mesa와 Butte며 Plateou에 둘러 쌓인 이 마을은 분지속의 평원이고
그야말로 조는 듯이 한적하고 인적조차 드물었다.
그 마을의 주지되는 분이 운영하는 B & B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날 아침 dining room에 들어
서니 밤새 도착한 대여섯의 손님들이 주인 마이크가 마련해 준 조촐한 아침식탁에 둘러 앉아 서로 자기들의 여행 계획을 주고 받으니 삽시에 오랜 친구들처럼 흉허물 없이친숙해 지면서 대화가 오 가고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카나다에서 세번째 이곳을 찾와 왔다는 부부, 캔서스에서, 훌로리다에서, 미쉬간에서, 모두 Senior Citizen인듯 싶으나 호기심과 기대에 부푸른 모습에는 활력이 넘쳐 흐른다.
환도하던 해 늦여름이 생각났다. 초가을, 이맘때였으리라. 친구들과 학교에서 작은 동산을 넘어 집으로 가는 길 길섶 풀밭에는 메뚜기가 분잡스리 뛰었고 주위에 만발한 무장다리 꽃밭에는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난무하며 소녀들을 현혹시키곤 했다. 뙤약 볕 아래였다.
오늘 걸은 Calf Creek Falls Trail은 그런 한적한 산 길이고 뙤약볕 아래였다. 양 옆에 우뚝 이은 우람한 Sandstone 바위 산들 사이 계곡에는 이미 꽃들이 져버린 선인장들이 바위틈에 즐비했고 황금빛 화려한 Painter's Brush며 각가지 야생화가 늦여름 햇볕에서 요염을 떨고 있었고 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는 Rainbow Trout가 강을 거슬러 오르느라고 안깐힘을 쓰고 시냇물가에 Horsetail은 푸른 초원을 이룬다. 그 푸르름이 풍요롭게 펼쳐지는 계곡을 3마일을 걸어 오르면 드디어 126 feet 높이의 폭포가 나그네의 환성을 터트리게 하며 그늘진 쉼터를 마련해 준다.
한때는 어린 소들을 방목하던 곳이라 해서 Calf Creek이라고 하고 800년 전 Navajoh(나바호) Indian들의 마을이였던 흔적이 깎아 지른 듯한 낭떨어지 바위 곳곳에 남아 있다.
왕복 6마일, 네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쉬며 놀며 여섯시간을 소풍 나들이 하듯 걸었던 호젓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Trail이다.
B & B로 돌아 오는 길에 남은 해가 아까워서 포장되지 않은 먼지 나는 길을 30마일가량 달려 기암들이 우뚝 우뚝 서 있는 Devil's Garden을 오르 내리며 장난기 어린 기이한 자연의 조화에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막에 흩어 진 바위뿐인 Landscape에도 이렇게 매료될 수 있음을 상상이나 했던가!
Escalante를 떠나서 양쪽으로 절벽을 떨구며 꼬불 꼬불 돌아 가는 아슬 아슬한 좁은 길, Scenic Byway #12다. 어제 Calf Creek Trail을 걸으며 높은 암벽위로 올려다 보던 능선따라 가는 길, 마치 양 옆으로 산덤이가 내려 앉고 오똑이 가운데만 남아 있는 듯한 좁은 바위에 이차선 도로가 나 있는데 절벽아래로 온 세상을 내려다 보는 절경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아슬아슬하여 운전대에서 눈을 떼면 앗찔하는 길, "어머나! 아! 오! 당신은 앞만 봐요"라고 고장난 레코드처럼 되풀이한다.
절경을 따라 나 있는 Highway 부분을 Scenic Byway라고 함도 처음 알았다. 곳곳에는 마악 물들기 시작한 Orange Aspen이 황금빛으로 불타기 시작한다. 이 Aspen 잎파리들은 잎 하나 하나가 나 보란듯이 햇볕에 반짝이며바람따라 팔랑거리는데 마치 한창 곱게 가을물을 먹은 황금빛 은행잎 빛갈로 팔랑이는 모습은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한다. 온 산이 물들면 황홀할 것인데 계절이 아직 이르다.
Byway #12가 끝나는 곳에 있는 기기 묘묘한 붉은색 바위를이 운집한 Capital Reef National Park를 자동차로 한바퀴 돌아 보고 드디어 유타주의 막막한 황야인 San Rafael Desert를 남북으로 가로 질러 붉은 암벽을 뚫고 흐르는 Colorado강의 물줄기를 따라 Red Rock Valley에 들어 서니 놀랍게도 푸른 오아시스가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고 드높은 붉은 바위 기슭에 숨어 있는 듯한 조촐한 CAstle Valley Inn에 여장을 풀었을 때에는 산그림자에 가리어 해가 서둘러 넘어 가는 오후였다.
캘리포니아에서 내려 오는 동생 내외와 Arches National Park 등반을 위하여 란데뷰를 하기로 했는데 뜻밖에도 hand phone이 연결되지 않았다. 통화가 되지않으니 암담했다. 매일 손에 들고 놓지 않는 문명의 이기에 우리는 얼마나 의지하고 살아 가고 있는가, 새삼 놀라운 일이다.
Inn 주인의 집 전화를 빌려서야 겨우 연락이 되어 바위산을 병풍같이 두른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는 엊그제 지난 한가위 보름달이 중천에 휘영청 떠 있었다. 늘 캠핑을 즐기는 동생내외가 익숙한 솜씨로 모닥불을 피우고 이글거리며 익는 스테잌의 구수한 냄새 건너 포도주잔을 돌린다. 이국 만리에서, 더구나 인적이 드문 유타주 Moab이라는 산간 벽지에서 동생네가 마련한 진수성찬을 나누며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적 우리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을 돈암동 바위산에 데리고 가시곤 했는데 어린 우리를 끌어 올리시느라고 어린아기를 업을 때 쓰는 기다란 수건띠로 우리를 하나씩 끌어 올려 주시던 추억이 떠 올랐다.
밤하늘의 별들이 어쩜 이토록이나 영롱할가!
나무 한그루도, 졸졸 흐르는 가느다란 시냇물 조차도 없는 붉은 바위만의 산길이 무어 그리 신기하랴만 자연이 빚어 놓은 형형 각색의 암벽사이를 걸으며, 햇볕에 익고 있는 넓은 대지를 발아래 내려다 보며, 여기 저기 서부 활극속에서 John Wayne이 말타고 달리고 활을 든 인디안들이 잠복하고 있을 듯한 절벽을 올려다 보며 서부 활극 장면을 상상으로 재현해 보면서 선인장만이 널려 있는 인적없는 사막을 달려오며 가졌던 회의는 어느틈에 사라지고 남편 고집대로 여기까지 따라오기를 천만번 잘했다.
아침 햇살에 끌려 눈을 뜨고 창문으로 눈을 돌렸을 때, 선하디 선한 눈동자로 우리 방안을 드려다 보는 아기 사슴의 고운 눈망울, 붉게 익고 있는 사과가 주렁 주렁달린 정원으로 스르르 건너 지르는 정원 뱀, 그 나무에 걸어 놓은 햄목에 아랑곳 않고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낮잠에 취하는 남편의 한가로운 모습, 정성껏 객들을 보살피는 순직한 주인, 새벽 뜨는 해 아래 근엄하게 그림자 띄우고 선 준엄한 붉은 빛 바위 산들!
아, 이토록 꾸밈없는 자연속에 가득한 평온한 적막이여!
아, 이토록 꾸밈없는 자연속에 가득한 평온한 적막이여!
화씨 95도의 낮 더위에 땀 흘리며 강행군하는 산행이 가져다 주는 이 흔쾌함,
살아 있음을 절감하는 이 기쁨, 온 세상이 한걸음 멀리 떨어진 정적속에 평온함이, 아름다움이 그곳에 가득히 있었다.
40년 전에 그랬듯이 무작정 낯설은 곳으로 따라 나서기 참으로 잘 했노라고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이야기해 주리라.